
고등학교 다닐때 특이한 색에 매료되어 전권을 구매한 만화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봤지만 지금 보면 좀 기분이 묘합니다. 정말 이 만화에 흠뻑 졎어서 구매를 하고 학교 축제때 이 만화 극장판과 OVA를 틀어 줄때 빠지지 않고 봤었습니다. 애니는 너무 방대해서 볼려다가 포기를 했습니다. OVA와 극장판은 빠짐없이 다 봤으니 이 만화 빠돌이라면 빠돌이였던 셈이죠.
그런데 빠돌이 였다고 했으니 지금은 빠돌이가 아닙니다. 지금 이 만화에 대한 감정은 좀 상당히 미묘합니다. 이 만화에 대한 심경의 변화를 감탄사로 나타내면 이렇습니다. "호오! → 엥! → 후우!" 이렇게 되겠네요.
처음의 감탄은 이 만화의 독특한 색에서 나온 감탄입니다. 시대의 아픔을 그리는 듯 했고 사극같은 분위기가 나는 독특한 만화는 처음 접했습니다. 화풍이 너무 고풍스럽지도 않고 소년만화에 어울리면서도 뭔가 있는듯한 예스러운 분위기를 흘렀죠. 인물의 비화라든가 와쯔키씨의 잡담 같은 것도 이전의 작품에서는 볼수 없는 독특한 것이었죠. 그것에 마음이 이끌려 이 책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두번째의 "엥!"은 갑자기 왜 만화가 드래곤볼화 되어가는 것이냐란 느낌 때문입니다. 시시오 이야기를 거치면서 이전까지의 진지한 분위기가 희석된건 아니지만 드래곤볼 처럼 "강해지는 적, 파워업하는 우리편"식으로 흘러 가는 겁니다. 그전까지도 그런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좀 진지하면서 사극같은 분위기를 기대한 저에겐 좀 기대를 어긋난 전개였으나 소년만화로서의 재미는 컸기에 아직까지는 괜찮았었습니다.
세번째 "후우!"란 반응은 책을 다 읽고 OVA였는지 아니면 극장판이었는지 모르지만 '유신지사의 진혼곡'이란 애니를 보고 난 뒤에 느낀 황당감 때문입니다. 유신지사의 진혼곡이란 애니의 무엇이 이런 반응을 이끌어 내었냐면 이 애니의 결말부가 저한테는 너무 아스트랄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 유신지사의 진혹곡의 줄거리를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줄거리는 네이버 지식인을 참조했습니다.
" 켄신 일행(사노스케,카오루,야히코)는 요코하마에 여행을 갑니다. 거기서 시구레 타키미라는 검객을 만나는데, 이 검객은 영국에서 오는 국빈을 암살하려고하는 계획을품은 반 정부적인 단체의 우두머리입니다. 하지만 이 남자 역시 권력싸움에 희생된 불쌍한검객의 이였고 타모노 남작이라는 사람이 시구레를 이용하여 내란을일으켜 국정을 쟁취할 목적인거였습니다. 이에 불길함을 느낀 켄신은 시구레를 막아서고... 시구레를 막기위해 켄신의 비기 "용상섬"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것을 본 시구레는 예전 막부시대때 자신의 동료인 겐타스를 죽인 사람이 켄신이라는걸 알아채죠. 그래서 일은 더욱 꼬이게 되고 결국 함살을 시도하지만. 음모에 빠져 시구레의 단원들은 모두 몰살을 당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목숨을 건 시구레와 켄신간의 숙명적인대결을 펼치고 결국 시구레는 켄신을 용서하지만 죽음을 당합니다."
이런 이야기이지만 저에게 황당하게 느껴졌던건 이 시구레라는 남자의 죽음이 아닙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시대의 풍운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지만 그 결말부가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를 날려버리더군요. 이런 느낌을 준건 겐타스의 여동생 때문입니다.
시대의 요구였든 어쨌든 켄신은 자신의 오빠를 죽였고 자신의 애인이자 보호자였던 남자도 켄신과 관련된 일에 희생당했습니다. 결말부에 이 여자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였냐고 켄신에게 묻고 켄신은 자신이 그녀의 오빠를 죽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그녀의 대답은 시대의 흐름 때문에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정말 이 여자 대인배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시대의 요청,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눈앞의 이 남자 때문에 자신의 친오빠는 죽었고 자신의 보호자이자 애인이 될뻔한 남자는 죽었습니다. 하긴 여기서 켄신 멱살을 붙잡고 노발대발하면 이 만화의 내용이 이상하게 되니 어쩔 수 없을테니 그건 이해가 가지만...
엔딩과 함께 화사한 음악이 울리며 켄신 일행과 밝게 헤어지는 이 여자를 보며...
이 뭥미...
란 생각이 들더군요. 시대의 아픔이고 그 흐름에 희생당해 어쩔수 없었다고 해도 이렇게 해맑은 엔딩이라니. 여기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한 개인의 아픔으로 변환시킨 느낌이 들어서 그것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어쩌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일수도 있습니다. 소년 만화에서 이 무슨 병신 옆차기 같은 소리냐고 해도 달리 반박할 말이 없지만 이게 너무 불편했습니다.
그 애니의 결말을 보고 이 만화의 전권을 다시 돌파하니 시대의 아픔을 너무 개인 차원에서 고착시킨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도모에 일가의 일은 참 뭐라 해야할지. 약혼자는 죽고 자신도 죽고 자기 아버지는 폐인이 되어 있고 동생은 폭주해서 마피아가 되었다가 진실을 알고 역시 아버지 옆에서 폐인이 되었지. 그래도 켄신은 잘먹고 잘살고.(물론 성상편까지 넘어가면 그렇지 않지만 만화의 결말부에선 말이죠.)
그 가족들의 아픔 역시 켄신의 일처럼 시대의 아픔에 희생된 어쩔수 없는 개인의 일로 몰고 가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자신의 신념이 틀린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많은 일이 일어났고 속죄를 위해 고행을 한 켄신이지만 그가 한 행동에 비해 너무 좋은 결말을 얻은 것과 도모에 가족의 불행을 보며 느낀 위화감이 불편했습니다.
이런 시대의 아픔을 개인의 아픔으로 치환한것 말고 다른 불편함을 느낀건 이 만화에 나온 실제 인물들입니다. 유신삼걸이나 경시총감 등 실제 인물들이 이 만화를 만화로 읽게 못하게 하더군요.(그리고 켄신의 모델도 실제 인물이 있고 말입니다.) 이 책에 짤막하게 등장한 인물들은 거의 우리나라를 침략하는데 한 팔을 보텐 인물들이고 조선을 병탄하고나서 토요토미도 하지 못한 일을 우리가 했다고 시조도 읊은 사람들인지라 그것이 불편했습니다. 이들이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는데다 성상편을 보니 그것도 불편하더군요.
성상편에서 켄신은 모종의 임무를 부여받고 어딘가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 임무를 수행하고 가족의 품, 카오루의 품에 안겨 죽습니다. 시대에 희생당한 사람의 슬픔을 느끼게 해주는 결말이지만 그 임무 수행의 장소가 어딜까라고 생각을 하니 그게 짜증이 나더군요. 그 당시에 임무를 수행할 곳이라면 '우리나라 아니면 중국일텐데.'라고 생각을 하니 이거 뭐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세세하게 따지면 볼것 하나도 없고 애니나 만화를보고 피해망상에 사로잡혔거나 미친듯한 삽질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게 잘 떨쳐지지 않더군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일본이 변명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런 시대의 아픔을 한 명의 개인사로 가라앉힌것 같아 불편함을 느낌니다. 이 부분은 반딧불의 묘를 보고도 느꼈던 점입니다.
반딧불의 묘를 보고 슬펐지만 동정은 가지가 않았습니다. 그 애니에서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것처럼 묘사를 하였기에 그것이 더 불편했습니다. '당신들도 힘들었겠지 하지만 그건 엄살이야.'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양아치가 돈을 뺐기 위해 선량한 사람을 마구 때렸는데 잘못때려서 주먹이 부러져서 아프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정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의 검심을 다시 보니 위의 '유신지사의 진혼곡'때문일까 이런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일본이 그 시대에서 한 행동은 켄신처럼 행동한 것이 아니라 시시오마코토의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주위의 나라를 먹이로 삼았고 말입니다. 시대의 아픔을 너무 개인차원으로 머물게 한것과 작중 실제 인물들이 한 행동이 왠지 변명하는듯한 결말 때문에 불편해졌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소년 만화로서의 재미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실재역사와 허구를 적당히 섞었고 개인의 아픔에 머물렀지만 그 시대의 아픔을 적당히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각 인물에 대한 비화라든가 캐릭터 메이킹에 대한 설명등 여러가지로 신경을 써서 그린 작품이지요. 읽어서 후회는 남지 않지만 저에겐 '유신지사의 진혹곡'이 준 충격이 너무 컸습니다.
애니 한 개 보고 이런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글을 쓴 것도 우습지만 받아들인 저의 입장에선 이러니 어쩔수 없죠. 생각난 김에 정리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적어 봅니다. 소년만화로 보면 상당한 재미를 주지만 좀 깊히 들어가면 좀 복잡한 느낌이 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덧) 애장판 역자를 봤는데... 역자가... 애장판 사신분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덧글
신광철 2009/04/07 09:59 # 답글
'어쩔 수 없었다' 최근 몇년 동안 개봉했던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 대개 그러한 정서를 담고 있더군요. 80년대에 유학했던 분이 그 동네 어르신들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는데요. 하나 같이 '어쩔 수 없었다'라고 했다더군요.뭐.. 저도 졸업 논문 쓰면서 일본인들의 전쟁기에 대한 인식에 관한 책이나 논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만, 한국에서 친일파 제거문제가 아직도 답이 없는 것처럼 그쪽도 비슷한 모양이더군요. 위에서 그렇게 했으니 우린 '어쩔 수 없었다'고요.
역시나 왕을 죽이지 못했기 때문인가 봅니다.
滿月 2009/04/07 11:12 #
역시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어느 나라든 발목을 잡는군요.
안셀 2009/04/07 10:00 # 답글
작가분의 다음번 작품인 무장연금에서는 '재미'조차 부족하더군요. 그저 토키코 모에심 하나로 끝까지 봤습니다..;;액션신은 최상급이니 스토리 작가를 따로 두는 게 좋을 것 같던데요..
滿月 2009/04/07 11:13 #
전 무장연금은 도저히 못보겠더군요. 스토리 작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말.
가고일 2009/04/07 10:27 # 답글
그나마 무장연금은 팔리기나 했지요.....건 블레이즈 웨스트는 참....ㅡㅡ;;;
滿月 2009/04/07 11:13 #
확실히 바람의 검심이 너무 뜬 탓인진 후속작이 기대에 못미치는 듯 합니다. 신작이 나왔던데 봐야 할지 고민입니다.
萬古獨龍 2009/04/07 11:18 # 답글
유신지사의 진혼곡은 확실히 깼죠. 차라리 추억편과 성상편이 훨씬 나았다는 느낌.
滿月 2009/04/07 17:23 #
추억편과 성상편은 잘만들었다고 봅니다. 유신지사는 정말...
똥사내 2009/04/07 11:41 # 답글
다시 보면 크게 재미없는 코믹스(큭)슬램덩크는 다시 봐도 재밌던데
滿月 2009/04/07 17:23 #
정말 두고두고 봐도 재미있는 글도 있죠.
BlackPantom 2009/04/07 12:03 # 답글
바람의 검심은 확실히 수작이긴 해도 대작까지는 아닌듯...
滿月 2009/04/07 17:23 #
잘만들었죠. 하지만 다시보니 좀 그렇습니다.
천미르 2009/04/07 15:58 # 답글
바람의 검심은 원작은 그냥저냥, 추억편 OVA는 오오오…! 하고 감탄. 나머지는 몽땅 컷트; 그래, 이거면 충분해......
滿月 2009/04/07 17:24 #
추억편이 정말 좋았습니다. 나머지는 그래도 만족 할 정도는 되었죠. 유신지사는 정말 아니었고 나중의 결말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테리군 2009/04/07 17:21 # 답글
사이토 아돌 간지 하나만 믿고 본 만화
滿月 2009/04/07 17:25 #
사이토 하지메가 정말 멋졌지만 실제 인물의 이미지는 ... 아마 보았다면 환상이 깨질 듯 합니다.
무영대도 2009/04/07 23:37 # 답글
바람의 검신하면 기억나는게 추억편의 만화 내용과 OVA.진짜 추억편을 봤을때의 감동과 전율은 원작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합니다.
滿月 2009/04/08 00:22 #
ova중에선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정말...
천재미소녀 2009/04/08 07:30 # 답글
유신지사의 진혼곡... 똑같은 장면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바람에 무슨 TV 변신애니를 보는 듯 했다죠;;; 저도 개인적으로 추억편을 제일 좋아합니다. 성상편은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쁜 작품은 아니었죠. 켄신의 일생을 잘 완결했다는 점에서...
滿月 2009/04/08 08:40 #
저에게만 충격을 준건 아닌 모양이군요. 유신지사의 진혹곡이 저에게 준 충격은 결말이었지만 말이죠. 바닥에 깔린 사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바람의 검심은 충분히 재미있었죠. 추억편이 제일 공이 들어간것 같았습니다. 이 추억편은 애니가 만화보다 3배 정도 잘만들어진것 같습니다.
ㅇㅂ 2009/05/25 19:38 # 삭제 답글
만화로는 매력적이었지만 애니메이션은 OST말고 건질게 하나도 없어서...특히 원판의 남주 성우나 여주 성우가 국어책 성우라서 아핳핳핳 그리고 미스 케스팅도 많음--;